주방과 냉장고를 비워내고 나니 다음 고비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책장과 서랍장, 그리고 구석진 공간의 잡동사니 정리였습니다.
물건을 하나씩 짚어보며 버릴 것과 가져갈 것을 구분하는 작업이었지만, 이번 정리는 지난번 주방 정리와는 느낌이 조금 달랐습니다. 단순히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물건’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시간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물건들을 내려놓는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책장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세월의 흔적들
가장 먼저 손을 대기로 한 곳은 거실과 방 한쪽에 묵묵히 서 있던 책장이었습니다. 책장 높이 쌓인 책들을 하나씩 꺼내어 살펴보니, 수년 동안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책들이 수두룩했습니다.
- 빛바랜 전공서적
- 치열하게 공부하던 시절의 흔적인 전공서적들. ‘언젠가 다시 찾아볼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사할 때마다 끌고 다녔지만, 수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내용도 많이 바뀌었을 책들을 손에 쥐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침내 비우기로 결정했습니다.
- 어린 시절 손때 묻은 책과 오래된 전집
- 아이들이 어릴 때 읽던 그림책과 커다란 세트로 사두었던 오래된 아동 전집들. 아이들이 훌쩍 자란 지금은 그저 먼지만 쌓여가고 있던 책들이었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이가 작은 손으로 책장을 넘기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련해졌습니다.
하지만 새집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쓰지 않는 물건을 계속 품고 가는 것은 새 출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노란 끈으로 묶어 헌책 배출 상자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짐의 무게만큼이나 마음 한구석도 괜히 묵직해졌습니다.

가장 망설였던 '아이들의 작품' 정리하기
책 정리를 마친 뒤 서랍 깊숙한 곳에서 나온 상자 하나. 그 안에는 아이들이 어릴 때 삐뚤빼뚤 그린 그림과 유치원 시절 만든 작은 작품들이 들어있었습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아이들의 어릴 적 흔적은 정말 버리기 힘든 물건 1순위입니다.
'이걸 어떻게 버리지?' 한참을 들여다보며 고민하다가 나만의 타협안을 찾았습니다.
- 사진으로 남기기: 마음을 울리는 소중한 작품들은 하나하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정성껏 찍어 디지털 앨범으로 저장했습니다.
- 최고의 작품 몇 가지만 보관: 가장 의미 있는 1~2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전하며 정리했습니다.

실물은 비워냈지만, 사진과 기억으로 남겨두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오늘의 책 정리 체크리스트 & 소소한 팁
오늘 책장과 서랍을 정리하면서 배운 점들을 정리해 봅니다.
- 전공서적·오래된 책 구분하기: 최근 3~5년간 펼쳐보지 않은 책, 정보가 지나치게 오래된 전문 서적은 미련 없이 정리하기.
- 오래된 전집 처분법: 상태가 좋은 책은 중고 거래나 도서관 기부를 고려하고, 세월감이 심한 책은 종이류 재활용으로 배출하기.
- 아이들 작품/추억의 물건 정리하기: 버리기 아까운 작품은 고화질 사진으로 촬영하여 보관한 뒤 실물은 비우기.
- 책 묶을 때 팁: 이사 전에 책을 버릴 때는 너무 크게 묶으면 무게 때문에 옮기기 힘드니, 적당한 크기(5~10권 단위)로 나누어 묶기.


정리를 마치며
무겁고 두꺼운 전공서적과 오래된 전집을 비워내고 나니, 책장에 텅 빈 공간이 커다랗게 생겨났습니다. 그 공간만큼 우리 집의 물리적 무게도, 내 마음의 부담감도 덜어낸 기분입니다.
물건을 버린다는 건 단순히 공간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을 잘 배웅하고 새로운 공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과정임을 깨닫습니다. 이제 옷장, 주방, 책장까지 큰 산은 어느 정도 넘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베란다 다용도실과 팬트리 구석에 쌓여 있던 '기억도 안 나는 잡동사니와 대형 쓰레기 처리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다음 편 예고]
9월 이사 준비 ⑤|베란다·다용도실 비우기… 대형 폐기물 스티커 발급과 잡동사니 정리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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