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친구는 코인으로 5억 벌고 회사 그만뒀대."
퇴근길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30대 아들이 불쑥 한마디를 던집니다.
"엄마, 내 친구는 코인으로 5억 벌고 회사 그만뒀대."
순간 엄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주식이나 코인 커뮤니티, SNS를 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수익 인증과 성공 이야기를 봅니다.
누군가는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회사를 그만두고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반복해서 보다 보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내 아이도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월급만 받아서는 집 한 채 마련하기도 어려운데 나는 언제쯤 내 집을 가질 수 있을까?'
'남들은 저렇게 앞서가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요즘 청년들을 괴롭히는 것은 단순한 욕심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나도 빨리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조급함.
저는 이것을 오늘날 청년들이 겪는 경제적 조급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의 조급증은 정말 아이들만의 문제일까?
어른들은 쉽게 이야기합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참을성이 없어."
"차근차근 모으면 되지, 왜 한방을 바라니?"
물론 위험한 투자를 무리하게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식이 매일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는지를 옆에서 지켜본 부모라면 그렇게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월급이 오르는 속도보다 집값이나 자산 가격이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친구의 투자 성공 이야기를 듣고 SNS에서 누군가의 경제적 성공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나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성실하게 일하면 언젠가는 나아지겠지'라는 믿음보다 '지금이라도 투자하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청년들의 조급증을 단순히 개인의 욕심이나 인내심 부족으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청년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거비, 취업 경쟁, 자산 격차,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빠른 경제적 성취를 원하는 심리가 커질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한방'을 꿈꾸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투자에 뛰어드는 청년을 보면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낄수록 현재의 선택을 서두를 수 있습니다.
특히 주변에서 '누군가는 벌었다'는 이야기를 계속 접하게 되면 자신도 빨리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에 SNS가 만들어내는 성공의 편집 효과도 있습니다.
누군가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쉽게 눈에 들어오지만, 투자에 실패한 사람의 일상은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 세상보다 성공 사례가 훨씬 많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익의 가능성은 크게 보이고 손실의 위험은 작게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식이나 가상자산 같은 금융상품은 가격이 오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큰 폭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성공 사례만 보고 투자 규모를 키우거나 빚을 내 투자하는 것은 특히 신중해야 합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투자를 하지 말라'는 말만은 아닐 것입니다.
자신의 소득과 지출,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을 먼저 이해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금융교육도 함께 필요합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경제교육은 무엇일까?
30대 자식을 둔 부모라면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해봤을 겁니다.
'내가 아이에게 경제교육을 제대로 해줬을까?'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의 모든 경제적 선택을 대신해 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자녀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돈에 대한 기본적인 기준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돈을 벌면 얼마를 소비하고 얼마를 저축할 것인지, 대출은 어떤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투자에는 어떤 손실 가능성이 있는지, 남의 수익률과 자신의 상황을 왜 비교하면 안 되는지 등을 어릴 때부터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성공의 기준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높은 연봉이나 큰 자산만을 목표로 삼다 보면 현재의 삶까지 희생하게 될 수 있습니다.
돈은 삶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지만 삶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회가 만들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습니다.
청년들이 '한방'에 매달리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려면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첫째,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취업이나 창업, 주거 문제 등에서 한 번의 실패가 인생 전체의 실패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재도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무리한 선택을 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노동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성실하게 일하고 자신의 기술과 경력을 쌓는 과정 역시 분명한 자산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투자 수익률만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한다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줄 수 있습니다.
일을 통해 얻는 소득과 경험, 전문성이 장기적으로 자신의 삶을 안정시키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인식도 필요합니다.
셋째,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청년들이 '지금 당장 큰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도록 주거와 일자리, 교육, 재도전의 기회 등 여러 분야에서 예측 가능한 환경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한 번의 대박보다 꾸준한 성장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얘야, 차근차근 걸어가도 괜찮단다."
30대 자식을 둔 엄마의 마음으로 매일 바라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남들의 수익률을 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코인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내가 뒤처진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 내 집을 마련했다고 해서 나의 삶이 실패한 것도 아닙니다.
사람마다 출발점도 다르고 소득도 다르고 가족의 상황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의 성공 속도에 맞춰 내 인생의 속도를 결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하더라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위험을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 역시 청년들에게 "무조건 더 노력하라"고만 말하기보다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마치며
어쩌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경제교육은 거창한 투자 비법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돈을 잃지 않는 법만큼이나 돈 때문에 인생 전체를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성공을 부러워하더라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길러주는 것.
그것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중요한 경제교육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얘야,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네 길을 차근차근 걸어가도 괜찮단다. 조금 늦어도 괜찮아. 네 인생은 다른 사람의 수익률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니까."
이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힘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도 성실함이 존중받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한방의 성공을 꿈꾸지 않아도 괜찮은 세상.
차근차근 살아가는 것이 결코 뒤처지는 것이 아닌 세상.
저는 그런 사회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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