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온 말씀입니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때도,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도, 누군가를 위로할 때도 자주 떠올리는 성경 구절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삶의 무게가 조금씩 무거워지면서 이 말씀이 전혀 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젊은 날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말이 모든 것이 풍족해진다는 뜻처럼 들렸습니다. 돈 걱정도 없고, 건강도 좋고, 가족 모두가 평안한 삶 말입니다.
하지만 살아보니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어도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통장에 돈이 조금 모이면 건강이 걱정되고, 가족이 평안하면 앞으로의 노후가 걱정됩니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나는 이렇게 부족한 것이 많은데, 하나님은 왜 부족함이 없다고 말씀하셨을까?”
오늘은 시편 23편을 통해 이 질문의 답을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1. 우리는 왜 모든 것을 갖추고도 부족하다고 느낄까요?
사람의 마음에는 참 신기한 습관이 있습니다.
지금 가진 것보다 아직 가지지 못한 것에 더 오래 시선을 머무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래 바라던 물건을 구입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처음 며칠은 기쁘고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물건은 일상이 되고, 다시 새로운 것을 바라게 됩니다.
생활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전에는 지금 정도의 형편만 되어도 충분히 감사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자리에 도착하고 나면 또 다른 기준이 생깁니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내 삶의 부족한 부분을 찾기도 합니다.
물론 더 나은 삶을 꿈꾸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필요한 것을 준비하는 마음과 끝없이 부족함을 느끼는 마음은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편 23편은 그런 우리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줍니다.
2.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라는 고백의 깊은 의미
시편 23편은 다윗의 시로 전해집니다.
다윗은 목자로 살아본 사람이었습니다. 양에게 목자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양은 어디에 물이 있는지, 어느 길이 안전한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습니다.
목자는 양을 돌보고 먹이며 위험으로부터 지킵니다.
다윗은 하나님을 바로 그 목자에 비유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보고 싶은 표현은 **‘나의 목자’**입니다.
하나님을 멀리 계신 존재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인도하고 돌보시는 분으로 고백한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낍니다.
가족도 지켜야 하고, 생활도 책임져야 하고, 미래도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내 인생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말씀을 묵상하면 한 가지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내가 모든 길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구나.”
믿음은 아무런 준비 없이 살아가는 태도가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하게 하면서도 내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나님의 인도를 구하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3. 푸른 초장과 쉴 만한 물가가 주는 위로

시편 23편 2절에는 하나님께서 양을 푸른 풀밭에 누이시고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신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이 장면을 상상해 보면 마음이 조금 차분해집니다.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는 풀밭, 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가, 그리고 그곳에서 편안히 쉬는 양들의 모습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어떨까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해야 할 일을 생각합니다. 휴대전화에는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끝이 없습니다.
몸은 쉬고 있어도 마음은 쉬지 못하는 날이 많습니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조차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시편 23편은 우리에게 쉼도 하나님의 돌보심 안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합니다.
잠시 멈추는 것이 게으름은 아닙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마쳤다면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걱정까지 오늘 밤 모두 해결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때로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조용히 말씀을 읽으며 마음을 쉬게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4.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하나님은 함께하십니다
시편 23편에서 제가 특히 마음에 새기고 싶은 부분은 4절입니다.
이 말씀에는 어두운 골짜기를 지나가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목자로 믿는 사람에게도 골짜기는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한다고 해서 고난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말씀은 무슨 의미일까요?
시편 23편은 어려운 길이 없다고 말하기보다 그 길에서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믿음을 고백합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나는 절대로 어려운 일을 겪지 않을 거야.”
라는 생각은 현실이 달라질 때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일을 겪더라도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며 그 길을 걸어가겠다.”
라는 믿음은 고난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힘을 구하게 합니다.기도에 응답주시면 하나님이 주시는 평강에 이르게 됩니다.
이것이 제가 시편 23편에서 발견하는 가장 큰 위로입니다.
5. 진정한 풍요는 무엇을 얼마나 가졌느냐에만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풍요로운 삶을 이야기할 때 먼저 경제적인 여유를 떠올립니다.
물론 돈은 중요합니다. 생활을 유지하고 가족을 돌보며 미래를 준비하는 데 꼭 필요한 수단입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물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돈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풍요도 있습니다.
하루를 마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시간, 가족과 함께 나누는 식사,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어려운 순간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희망입니다.
시편 23편을 읽으며 저는 진정한 풍요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부족함 속에서도 하나님의 돌보심을 신뢰하며 살아가는 마음.
이것이 신앙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풍요가 아닐까요?
6. 시편 23편을 일상에서 묵상하는 세 가지 방법
말씀을 읽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활 속에서 실천해 보면 좋겠습니다.
첫째, 아침에 시편 23편 1절을 천천히 읽어보세요.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라는 고백을 마음에 담아보는 것입니다.
오늘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하나님의 인도를 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세요.
둘째, 오늘 나에게 주어진 것 세 가지를 적어보세요.
크고 특별한 일이 아니어도 됩니다. 따뜻한 식사, 가족의 안부, 건강하게 걸을 수 있는 시간처럼 평범한 것들이어도 좋습니다.
감사는 부족함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 연습입니다.
셋째, 해결되지 않은 문제 하나를 기도로 맡겨보세요.
걱정을 적고, 그 문제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행동도 하나 정해 보세요.
기도와 실천을 함께 이어가는 것입니다.
오늘의 묵상|내가 걷는 길에 목자가 계신다는 믿음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합니다.
오늘은 평안해도 내일은 어려운 소식을 들을 수 있습니다. 열심히 준비해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편 23편은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공식이 아니라, 불확실한 인생길에서 누구를 신뢰하며 살아갈 것인지 묻는 말씀처럼 다가옵니다.
오늘 내가 가진 것보다 부족한 것만 보였다면 잠시 시선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어려운 순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과 은혜를 기억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용히 고백해 봅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이 말씀이 단순히 익숙한 성경 구절에 머물지 않고, 불안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에 깊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 아버지,
저는 때때로 이미 가진 것보다 부족한 것을 더 크게 바라봅니다.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불안해하고, 모든 일을 제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에 지치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저의 목자이심을 기억하게 해 주세요.
푸른 초장과 쉴 만한 물가에서 쉼을 누리게 하시고, 어두운 골짜기를 지날 때에도 주님의 인도를 구하게 해 주세요.
오늘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제가 해야 할 일을 성실히 감당하게 해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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